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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22 [한무지] 집담회 발제문
  2. 2007.02.04 [한무지의 인권이야기] 남성/여성, 이분법에 갇힌 세상 (1)

젠더/섹슈얼리티의 입법화                 


한무지


젠더(Gender)’를 입법화 시키는 문제에 앞서 우리는 ‘입법화 시키려는 젠더(Gender)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성’ ‘후천적으로 습득되어지는 성’ 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단어를 우리는 과연 어떻게 규정하고 넘어갈 것 인가?

남성과 여성, 성별 이분화의 구도 속에서 ‘남성의 성역활’과 ‘여성의 성역활’을 나누고, 그 어느 한쪽에 편향된 혹은 편입된 정도에 따라 젠더를 구분할 것인가?

그렇다면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남성의 성역활’과 ‘여성의 성역활’ 은 무엇인가?

단순히 ‘여성’과 ‘남성’으로 설명되어지지 않는 다양한 성性의 스펙트럼을 우리는 어떻게 인식 할 것 인가?


Trans Sexual(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변경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부여되는 일련의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는 1과 2로 뒷자리를 가르면서 ‘성별정보’를 제공한다. 이것은 조금의 여과도 없이 사회생활 전반에 그대로 노출이 되고, 그것은 Trans Sexual(성전환자)의 노출로도 이어진다. 결국 실로 막강한 호적 혹은 주민등록번호의 권력은 사회곳곳에 침투하여 수많은 차별의 지점들을 낳게 되고, 시시때때로 불편,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생존’을 위해서 호적정정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당사자와 ‘법안’의 입법화가 요구되는 현실 속에서 또 다른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의학담론에 의한 장애인가? 성적 자기결정권인가?

각종 조건들을 달아 의학계는 성전환자란 이름하에 ‘성전환증’이란 병명을 부여하고, 이것을 정신장애의 하나로 분류한다. 이것은 육체중심의 사고, ‘하나의 육체에 부합하는 하나의 정신’에서 출발한다. 소위 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의 범주 안에 들지 못하는, 그렇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 이라 규정하면서 이들의 존재를 긍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변경의 근거로써 충실한 역할을 수행해낸다.

그러나 이것은 한 개인의 주체성, 성적자기결정권을 폄하함으로써 이를 ‘어쩔 수 없는 힘’ 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그래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는 또다시 ‘권리의 보장’보다 ‘권리의 구제’가 우선시 되는 모순을 낳는다.


입법에 의한 재차별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젠더 이분법을 더욱 견고히 하면서 다양한 성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또한 입법의 과정에서 각각의 조항들이 Trans Gender(성전환자)에 대한 요건을 제시할 것이고, 이것은 Trans Gender를 규정화, 대상화 시킬 것이다.

결국 법안이 가지고 있는 그 요건들에 부합하지 못하는 Trans Gender(성전환자)들은 그 법안에 의해 또다시 배제될 것이고, 그에 의해 차별 당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소한’이라는 법이 전혀 다른 의미의 ‘최소한’을 만들어내는 것인 셈이다.

Posted by 한무지

[한무지의 인권이야기] 남성/여성, 이분법에 갇힌 세상

한무지
한 2년여 전 쯤이었을까요. 트랜스젠더인 후배와 함께 술을 한 잔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화장실엘 다녀온다고 해놓고는 감감 무소식인겁니다. 화장실에 빠졌나, 싸움이라도 붙은 걸까 이래저래 걱정이 되어 밖으로 나가보니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일으켜 세우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 친구 대답이 이랬습니다.
“형, 나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그를 보며 말문이 턱 막혀버렸습니다. 그는 어떠한 치료도 시작하지 않아 외관상 남성, 여성 그 어느 쪽도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선뜻 남자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그렇다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도 없었을 터입니다. 어느 쪽에도 들어갈 수 없는 그 자신이 불완전하다 느껴졌을 테고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서러움이 그를 짓눌러 주저앉아 울게 만들었겠지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괜찮아, 네가 잘못된 게 아니고 저 화장실이 잘못된 거야”하는 말을 읊조리며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올려두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남성과 여성, 그 이분법

사진설명여성과 남성, 그리고 성전환자의 존재를 알리는 로고<출처; http://a.webring.com>
세상은 남성과 여성, 이 둘을 철저히 구분 짓습니다. 주민등록번호, 화장실, 목욕탕, 병실 등 수없이 많은 제도와 공간들이 자신의 성별을 밝히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확실해 보이면 끊임없는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여자냐, 남자냐”하는 소리부터 “당신, 이거 당신 신분증 확실해? 이거 서에 가서 확인해야겠는데”, “어머! 남자가 왜 여자화장실에 들어와!” “뭐야, 왜 여자(혹은 남자)가 남성(혹은 여성) 병실에 들어오는 거야?”까지 각종 언어폭력, 심지어 물리적 폭력까지 서슴지 않고 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별 가르기’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 사회에서 성전환자들은 그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상처받는 일이 더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호르몬치료 전의 성전환자이든, 호르몬치료에 의해 어느 정도 원하는 성의 외관을 가지고 있는 성전환자이든,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겉모습이 말 그대로 ‘어정쩡하게’ 드러나 보이거나 외관상의 성별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일치하지 않거나 하는 것 모두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니 어떤 식으로든 배제되기 마련이고, 가끔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상황들도 일어나곤 합니다.

“내가 외계인인거지 뭐.”

교통사고로 입원을 했던 한 성전환자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야, 사고가 나는데 아찔하더라고. 가게에서 남자로 일하고 있잖냐. 근데 기절해서 실려가봐. 이거 완전 일 나는 거야. 뭐 어쩌겠어, 정신력으로 버텼지. 병원수속 밟고 바로 기절했다니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 딱 깨니까 여자 병실인거야. 옆에선 수군대고 있고, 이거 눈을 떠야할 지 말아야할 지……. 입원해 있는 내내 옆 침대 아줌마랑 싸웠다니까. 남자가 왜 여자병실에 입원하냐고 시비를 걸어대는 통에, 결국 신분증 까면서 여자 맞거든요! 하고 소리쳤지 뭐. 야, 그 순간 진짜 말로 다 표현 못하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그 때의 그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 긴장과 “여자 맞거든요!”하며 소리쳐야 했던 그 모멸감을 열심히 설명하던 그는 결국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으며 말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외계인인거지, 뭐.”

여성입니까, 아니면 남성입니까?

사진설명영화 <헤드윅>의 주인공. 성전환자인 그녀의 영화 속 삶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그/녀들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가 자신을 ‘외계인’이라 정의하기까진 수없는 상처와 고민들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취직을 하기 위한 면접 자리에서 “당신같은 사람들은 모조리 정신병원에 넣어야 돼!”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봤을 것이고, 불심검문 때에는 신분증으로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서까지 가서 지문을 확인받은 적도 있을 것입니다. 호르몬주사를 맞기 전에는 밖에서 화장실은 아예 가지도 않으려고 노력했을 것이고, 인생을 통틀어 수영장 한 번 가보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는 ‘성은 오로지 남성과 여성 두 개 뿐이다’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온 사람일 것이고 그것으론 도무지 자신이 설명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분명 이상하다 느꼈을 것이고, 사람들 또한 그 사람을 이상한 사람인 듯 대했을 것입니다.
정신적 성과 육체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 그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은 결국 나는 남성인가, 여성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나의 타고난 신체가 끔찍이도 싫었고, 성적 정체성이 확립되기 이전에도 남자라 말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언니’라 부르면 잠을 못잘 정도로 성별 위화감이 심했고, 끊임없이 남성성을 과시하려했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성의 신체를 타고 태어났고, 여성으로서 대해지던 시간들(자각하던 자각하지 못하던)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를 ‘온전하지 못한 남성’, ‘잘못 태어난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거쳐, ‘트랜스된 남성(TransMan)’이라 정의하였습니다. 구태여 여성으로서의 시간들을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저 자신을 부정하는, 옳지 못한 일이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끈임 없이 한 쪽 성에 온전히 편입하기를 강요합니다. 대법원의 성전환자 관련 사무처리 지침에는 버젓이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적 외관을 갖췄을 것’이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가슴도 없고, 페니스도 없는 저는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
“사고로 페니스를 잃은 남성은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은 여성은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
덧붙이는글
한무지 님은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
인권오름 제 32 호 [입력] 2006년 12월 06일 2:05:05
Posted by 한무지